■ 김상진ㆍ나탈리 그레이엄
연지곤지 찍고 하객 300여명 축복 속에 백년가약

 

사모관대를 정제하고 조랑말에 올라탄 잘 생긴 신랑이 기러기를 든 아이와 풍악대를 앞세우고 구림천 다리를 건너오자 길옆의 사람들은 흥겹게 맞이했다. 화려한 원삼을 입은 새 신부는 얼굴에 연지곤지를 찍고 화사한 얼굴로 대동계사의 신부 대기실에서 문밖을 내다보며 대문으로 들어올 신랑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주말인 24일 군서 구림마을에 경사가 났다.

부모님의 고향인 영암에서 한국신랑 김상진(전북 익산. 37세)씨와 호주(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가 고향인 신부 나탈리 그레이엄(32세)씨의 전통혼례가 열려 하객과 관광객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랑신부 두 사람이 그린 사랑의 무지개가 구림마을 가득 퍼졌다.

신랑 김상진씨는 고향이 도포면인 부모님이 전북 익산으로 이주했을 때 낳은 아들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부모님인 김관중·유난순씨는 고향 어머님이 병환을 앓자 익산과 도포를 왔다 갔다하며 어머니를 보살펴드리다가 이후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도포 옛 집으로 돌아와 살고 있다.

신부 나탈리씨는 호주 시드니(뉴사우스웨일즈주) 출신이며 아버지는 앤드류, 어머니는 앨린, 성은 그레이엄이다. 현재 외국인 전문여행사에 다니고 있다.

김상진씨는 “10년 전 호주 워킹홀리데이(협정체결 국가 청년들이 현지에 체류하면서 관광, 취업, 어학연수 등을 병행하며 현지의 문화와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제도)에 참가해 리조트에서 일하면서 같은 곳에서 일을 하던 나탈리를 만나 마음이 통해 친구처럼 지냈다. 2012년 그녀가 고려대에 교환학생으로 오고 나면서 자주 보리라 기대했지만 직장생활을 하느라 많이 못 만났다. 2014년 한국에서 영어선생을 하자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하고 올해 프러포즈를 하고 처가 허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백호주의를 가진 호주라서 걱정을 했지만 부모님들이 열린 분들이어서 흔쾌히 허락해줘 기뻤다고 한다.

이번 전통혼례식은 나탈리씨가 한국생활을 오랫동안 해오고 한국문화를 잘 아는 편이라 먼저 김씨에게 제안했다. 김씨는 아버지의 고향에서 식을 올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정보를 찾다가 구림마을에서 전통혼례식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나탈리씨가 근무하는 여행사와 연계해 한국전통 혼례보기와 각 지역 관광을 묶어 프로그램을 구성해 호주인 가족 30여명과 외국 관광객 30여명이 영암을 찾은 것이다.

김씨는 “처음이라 긴장됐지만 재미있고 흥겨웠다”면서 “전통혼례식이 구림마을만의 다양한 이벤트를 갖춰 영암의 축제로 만들어 가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우선 홍보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통혼례식은 ‘왕인박사농촌휴양마을’이 주관했다. 그동안 마을에서 체험위주의 혼례식이 많았지만 올해 김상진씨와 나탈리씨의 첫 실제 혼례식을 계기로 앞으로 전통 혼례식 홍보에 더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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