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민 석 전남서부보훈청 보상과

눈을 감으면 아직도 선하다. 월드컵으로 온 국민이 울고 웃었던 2002년 그 날의 대한민국이. 그곳엔 붉은 티를 입고 거리로 나가 한마음 한뜻으로 열두 번째 태극전사가 되어 거리를 붉게 물들이는데 한 몫 하던 어린 나도 있었다. 하지만 그 환호의 뒤편에서 더 붉은 피를 흘리고 쓰러져간 다른 전사들이 있었음을 그 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터키와의 3, 4위전이 한창이던 2002년 6월 29일 새벽의 제2 연평해전, 2010년 3월 26일의 천안함 사건 그리고 같은 해 11월 23일 연평도 사건을 포괄하여 당시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 영웅들을 추모하기 위해 제정한 법정 기념일이 ‘서해 수호의 날’이다.

이날은 제2 연평해전에서 국군 6명, 천안함 사건에서 국군 46명 및 구조작업을 하다 순직한 한주호 준위 그리고 연평도 사건에서 국군 2명 및 민간인 2명, 이상 희생된 국군 55명과 민간인 2명을 기리는 날이다. 매년 3월 넷째 금요일, 세 개 사건의 호국영웅들이 모두 잠들어 있는 국립대전 현충원에서 추모행사가 진행된다.

우리는 그들의 희생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우리가 붉은 티를 입을 때 그들은 붉은 피를 흘리고 있었고, 그 기억이 시들해져 갈 즈음 다시금 나라를 지키다가 돌아가신 분들을 떠올려본다. 그들 덕에 우리는 다음 날 눈을 뜰 수 있었고, 그들은 우리를 위해 눈을 감았다.

문득, 출근 첫날 청장님과의 식사 때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보훈은 나라의 보험이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희생한 이들을, 남겨진 이들이 잊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다음엔 나라가 그들에게 잊혀 질 것이다. 우리 민족은 천여 차례에 걸친 외침 및 일제의 압박 속에서 이미 이러한 사실을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다.

다시금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중요한 부처의 최 일선에 서있는 사람으로서 찾아오는 유공자분들에게 봉사하며, 나라를 지키는 나만의 방법을 실천할 것을 그날의 잊혀진 전사들을 반추하며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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