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부근서 도자 파편과 원형의 납구슬 6개 수집
천황봉 ‘산천제’ 유물 발견이후 구정봉은 첫 발견
영암문화원, 군수가 주관하는 ‘기우제’ 기록 재확인

구정봉에서 발견된 도자기 파편들

월출산 구정봉 정상에서 제사를 지낸 것으로 추정되는 도자 파편과 납구슬 6개가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암문화원(원장 김한남)은 최근 월출산 구정봉 정상에서 지표조사를 벌여 제사를 지낸 것으로 추정되는 도자 파편을 발견했다. 이 유물들은 13세기 고려청자, 14~5세기 회청자 및 분청사기, 그리고 17~8세기 조선백자 등으로 추정된다.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된 중자명백자잔(지름 7.5×높이 3.7cm)은 잔 바닥에 ‘中’자가 점선으로 새겨져 있으며, 도갑사에 이와 유사한 형태의 명문이 새겨진 백자가 대량으로 발굴된 바 있다.

‘삼국사기’(제사 조)에 따르면 신라 시대에는 명산대천에 제사를 대사, 중사, 소사로 나누어 지냈는데 경주 부근의 명산에서는 대사를, 오악에서는 중사를, 월출산과 같은 명산에서는 소사가 치러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라시대 월출산은 ‘월나악’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적 제사인 소사가 거행됐다.

고려 시대에는 산천제를 대·중·소사 등으로 구분하지 않고 국가에서 제사를 지냈는데 월출산을 ‘월생산’으로 부르며, 국가가 주관하는 국제(國際)를 거행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적 제사가 월출산 어디서 이뤄졌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영암문화원은 지난해 11월18일 ‘월출산 인문학 포럼’을 통해 영암향교에 보관중인 ‘오예의’(五禮儀)에 백성을 기근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군수가 주관하는 기우제가 구정봉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을 기록한 ‘구정봉 기우제 축문’ 4가지를 번역해 공개한 바 있다.

이에 앞서 1994년 월출산 천황봉 조사에서 제사흔적이 있는 유물이 발견됨으로써 천황봉에서도 산천제가 있었음이 밝혀진 바 있다. 당시 발견된 말 모양의 토우와 철제말은 영암문화원에 보존돼 있다. 하지만 구정봉에 대한 학술적인 조사는 아직까지 없다.

이에 따라 영암문화원은 최근 구정봉 일대에 대한 지표조사를 실시해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걸쳐 제작된 도기파편을 수거함으로써 천황봉과 함께 구정봉이 중요한 제사 터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구정봉 정상에서 발견된 납구슬

특히 이번 조사 과정에서 특이한 납구슬 6개가 발견돼 주목을 받고 있다. 구정봉 정상 ‘큰바위얼굴’의 정수리 부위에서 발견된 납구슬은 지표면 약 5㎝ 아래에 꽃모양으로 6개가 배치돼 있었으며, 비교적 완벽한 환형으로 표면에 가는 실선의 돌기가 있다. 야구공 크기의 지름 6.5㎝, 무게가 1.6㎏에 이른다.

이와 유사한 납구슬은 전국 20여 곳의 사찰에서 60여 개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구슬 숫자는 지역마다 1~6개로 모두 사찰 안의 불상이나 불탑 주변에서 발견된 반면 이번 구정봉의 납구슬은 제사터 인근에서 발견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