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의 송 (사)학산면 광암마을生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 전 농민신문사 사장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공동대표

지난 12월 29일 구림마을의 ‘문화가 있는 날’ 행사에 참석했다. 전통적인 고즈넉한 돌담길과 노송, 미술관과 도기박물관 한옥의 전통가옥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마을 분위기가 내 마음을 감싸준다. ‘호남명촌’ 답게 고즈넉한 분위기와 고향의 정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푹 빠져들게 된다. 문득 70여년 전의 어머니와 함께 찾은 외갓집의 소박하고 훈훈한 정(情)이 생각이 난다.

농업과 인문학 테마로 강의하기 위해 대동계사에 도착했다. 필자의 형제자매 네 분과 평소의 지인들과 영암주민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마치 그 옛날 사랑방 분위기가 나는 대동계사에서 고향과 정 그리고 농업 이야기를 진행했다.

강의를 마치고 귀경길에 오르면서 정 이야기를 듣는 주민들의 반응 그리고 참석자의 면면을 보면서 열차 타는 시간내내 고향의 발전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경기도 집에 도착해 잠자리에 들면서도 내 고향 발전을 위한 방안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1. 정을 팝시다.

21세기는 고향의 정(情)을 가장 그리워하는 시대이다.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기계화, 컴퓨터화, 자동화로 인해 딱딱하고 차가운 기계를 상대하는 경우가 많다. 축제의 날 만이라도 기계도 자동화도 물리치고 대면하면서 정을 팝시다. 그날 만은 슬로우시티, 슬로우푸드를 즐깁시다. 그런 방향으로 시골여행 정문화 행사도 거듭나기로 합시다. 옛날 시골 5일시장의 정을 그리고 훈훈한 외갓집의 정을 축제 한마당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합시다.

세계 어느 나라 보다 우리 한민족은 정이 많은 민족이다. 외국인을 보면 서양의 더치페이라고 해서 밥한 그릇씩 먹고 나서 각자 돈을 계산한다. 일본인은 내가 먼저 베풀면 꼭 받은 것만큼 만 준다. 인간의 본초인 정을 꼭 잣대를 들이대서 계산해보고 그 만큼 주는 것이다. 헤아릴 수 없는 인간의 본초를 계산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유독 정이 많은 영암주민은 어느 나라에도 없는 6.25전쟁 당시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용서하고 화해를 통해 평화를 이루는 위령탑을 건립했다.

그 위령탑이 왕인박사유적지 건너편 솔밭에 있다. 그 당시 302명의 무고한 주민이 영문도 모르고 학살당했고, 조그만 집 안에 양민을 가두고 불을 질러 학살하는 비극의 합동묘지도 위령비 앞에 동산처럼 합장한 무덤이 있다. 이처럼 가해자를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는 정은 바로 450년 전의 대동계 정신과 공동체 정신이 밑바탕이 되었다고 확신한다. 이처럼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훈훈하고 따뜻한 정을 세계를 향해 팝시다.

2. 신용을 팝시다.

물질문명이 발달해서 풍요로워졌지만 부족한 점, 아쉬운 점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신용이 부족한 것 같다. 무신불립(無信不立)라는 말도 흔히 쓴다. 개인도, 지방행정도, 국가도 신용이 기본이다. 영암의 농산물, 관광상품도 일시적인 이익추구 보다는 미래를 보는 신용이 가장 중요하다. 영암지역 사회 모두가 어느 지역보다 거짓이 적고 상품에 신용이 지켜진다면 그것만으로도 타 지역보다 발전하는 경쟁력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일본에는 100년 이상 된 기업이 5만개가 있다. 한결 같이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고 ‘신용을 판다’는 것을 사시로 하고 있다.

이제 왕인박사와 도선국사의 고장, 영암답게 달마지 쌀, 대봉감, 무화과도 신용을 붙여서 팔자. 관광산업도, 농산물도 주민의 신용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이다.

3. 자연을 팝시다.

인간은 자연에서 멀어지면 질병과 가까워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농업인은 자연에서 배워야 하고 병원의사는 농업에서 배워야 한다. 살아있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야 지속가능한 삶이 가능하다. 그래서 고 이을호 박사는 신토불이(身土不二)적 생활이 21세기 인류 생존법칙이 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조화롭고 건강하게 하는 것은 오염되지 않는 자연에서 살아야 하고 매일 섭취하는 농산물에 생명력이 있어야 한다. 건강하고 생명력 넘치는 농산물을 먹는 것이 건강장수의 기본이다. 사람의 몸은 음식물로 이루어지며 그것은 건강하고 활력 있는 땅에서 생산되어야 한다. ‘나는 자연인이다’는 TV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는 것도 자연을 흠모하고 있어서다.

월출산 국립공원과 문화유적이 남아 있는 영암의 맑은 공기와 물 아름다운 경관이 있는 자연을 팔자.

4. 축제를 업그레이드 합시다.

왕인문화축제, 무화과 축제, 대봉감 축제 등 다양한 축제가 열리고 있다. 연간 관광객이 3백만 명 정도로 알고 있다. 경제적 효과에 불구하고 영암군민 6만명이 축제에 대한 이해를 어느 정도 하고 있는지? 얼마나 즐거움을 느끼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주민이 다소 일탈한 행동이 있더라도 축제일 그 날만은  몰입되어야 하고 즐거워야 한다. 군민 모두가 관광객에게 영암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외부 관광객에게 설명할 수 있는 지식이 있어야 한다.

일본은 전국 곳곳에서 연중 축제가 열린다. 상당한 지역에서 주민을 상대로 축제장 입장 전 ‘지역검정’이라는 시험을 거쳐 결과가 좋은 주민에게 상을 주는 것을 자주 보았다. 주민 모두에게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상식을 높이고 자부심을 갖고 외부인에게 일상에서 홍보하자는 목적이다. 그렇게 노력해서 축제가 성공하고 지역주민의 참여도도 높아지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하미술관, 도기박물관, 대동계를 관광상품으로 활용해야 한다. 먼저 지역주민 모두가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떨까? 창고에 있는 금송아지가 아니고 주민 모두가 자부심을 갖고 금송아지가 우리 것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면 어떨까?

일본 유후인이라는 지역은 인구 5천명에 미술관이 22개 있고 관광객이 연간 400만명이 방문한다. 나오시마라는 곳은 작은 섬 전체가 미술관인데 한국 관광객 100만명이 방문한다. 예술과 자연환경으로 먹고사는 지역이다.  

지역주민 모두가 뿅 빠지는 활력 있는 군민 모두의 축제로 업그레이드 하자.

5. 스토리를 팝시다.

스토리가 미래의 핵심산업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기업인 애플이나 구글이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사람을 고액연봉을 제시하며 모집한다. 그냥 평탄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을 통해 엉뚱한 글을 쓰는 사람을 찾는다고 한다. 30여년 전 서울의 음식점 벽에 술 광고 포스터 생각이 난다. 그 포스터에는 젊은 청년이 늙은 노인을 바지가랭이 올리고 종아리에 회초리로 두들기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이 노인은 실제는 젊은데 “OO주 안 먹어서 갑자기 늙어버렸다”는 술 광고다. 이 스토리 마케팅으로 인해 술이 인기폭발한 때가 있었다. 요강이 깨진다는 복분자 술 이야기도 그렇다. 최근 만화영화 해리포터의 경제적 가치가 현대자동차의 연간 수익보다 크다고 한다. 이야기가 진실일 필요는 없다. 재미있게 의미를 전달하는 수단일 뿐이다.

영암은 ‘대동계’라는 세계 최초의 협동조합 이야기, 왕인박사의 탄생지로서 유교문화의 발상지로서의 이야기, 도선국사 이야기, 세계 최대의 자연석 큰바위얼굴 이야기도 좀 더 재미있는 기발한 스토리로 표현되었으면 한다. 영암의 기발한 이야기가 발굴되기를 기대한다.

6. 건강수명을 팝시다.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건강수명의 연장이 각 가정은 물론 국가적 과제다. 병원 들락거리지 않고 사는 건강수명이 한국은 65세, 일본은 75세다. 평균수명은 82세로 동일하다. 우리는 17년을 질병을 갖고 살고 일본인은 7년간 병원 들락거리며 산다. 즉 병원이나 요양원 가는 기간 10년의 갭이 있다. 이를 어떻게 축소하느냐가 국가적 과제다.

일본 NHK방송이 인공지능을 통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일본에서 건강수명이 가장 긴 지역은 야마나시 현(縣)으로 밝혀졌다. 야마나시 현은 후지산 뒤편 한적한 농촌지역이다. 도서관, 미술관이 일본 내에서 가장 많은 것이 특징이고 주민 모두가 도서관과 미술관을 즐겨 찾는다는 것이 건강수명 연장의 비결이다. 영암은 도서관도, 유명한 미술관도 있으니 이를 생활 속에서 활용하고 즐긴다면 한국에서 건강수명이 가장 긴 지역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 가정도 국가도 국민의 건강수명 연장은 고령화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과제다. 이를 해결해야 지속가능한 국가로 발전할 수 있다. 도서관, 미술관에 건강수명 연장의 비결이 있다.

필자는 고향마을을 자주 가는 편이다. 일곱 살까지 살았던 고향의 정이 그리워 그 때의 추억을 찾기 위해서다. 어느 곳에서 살던 밤에 꾸는 꿈의 무대는 언제나 고향의 산과 들의 아름다운 자연이다. 아름다운 추억은 명약이다. 치유가 된다. 허리 굽은 할머니들도 반갑게 맞이해준다. 앞 냇갈 뒷또랑 감돌아 흐르는 맑은 물과 지천으로 피어있는 할미꽃의 그리움을 안고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이 글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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