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삼호·미포조선 자회사로 직접 지배
노조, 미포조선 주식 8천억 손실… 조합원 파업
정의당 전남도당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성명

지주회사체제로 전환 중인 현대중공업그룹이 전남 서남권경제의 핵심인 현대삼호중공업을 인적분할한 뒤 흡수합병하기로 한 가운데 전국금속노조 현대삼호중공업지회가 인적분할에 따른 자산 8천억원 유출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며 12일 오후 1시부터 4시간 동안 파업에 나서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22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현대삼호중공업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 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현대중공업이 흡수합병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현재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중공업지주→현대중공업(자회사)→현대삼호중공업(손자회사)→현대미포조선(증손회사)’으로 이어지는 형태에서, 분할·합병을 거치면 현대중공업이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을 나란히 자회사로 직접 지배하는 구조로 바뀐다.

이와 관련, 정의당 전남도당은 11일 성명을 내고 “현대삼호중공업은 전남 서남권에 본사를 둔 최대기업으로 지역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업이다”면서 “이러한 기업의 경영구조 개편이 아무런 의견수렴 과정 없이 회사의 편의에 의해서 진행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이번 이사회 결정으로 현대중공업은 현대중공업 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순환출자 해소라는 명목으로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미포조선의 주식 약 8천억원을 가져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전남도당은 “현대삼호중공업은 1996년 IMF 사태이후 지역민들과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지켜온 자식과 같은 기업이다. 한라중공업 부도와 정상화를 위한 72일간의 파업투쟁 과정에서 목포와 영암을 비롯한 인근 지역민들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쌀을 걷고 모금을 하는 등  지지와 응원을 보냈고 이에 힘입어 지금은 조선업을 대표하는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면서 “한라중공업이 가지고 있던 부채를 국민의 혈세로 탕감받고 1조8천억원의 자산가치를 가지고 있는 회사를 2천여억원에 인수한 현대중공업은 20여년간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얻었고, 그 과정에서 그룹 경영권 보호라는 이유로 현대미포조선 주식 42.3%(주가 약 8천억원)을 보유하면서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지배방식을 가지게 되었다”고 밝혔다.

정의당 전남도당은 “그런데 지난 이사회의 결과는 현대중공업 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순환출자 해소라는 명목으로 현대중공업은 현대삼호중공업이 소유하고 있는 현대미포조선의 주식(약 8천억원)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라면서 ”현대삼호중공업은 전남 서남권 경제의 핵심으로 현대삼호중공업 성장과 발전은 지역주민들의 삶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며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업 분할과 합병 과정에서 우리지역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벌어들인 8천억원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면서 “지역의 부가 유출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현대중공업은 그룹차원에서 현대삼호중공업과 대불산단의 발전전략 제시와 함께 8천억원의 주식을 가져가는 만큼 그에 합당한 투자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올해 수주물량을 초과 달성한 현대삼호중공업은 2천여명의 추가 인력을 필요로 하지만 기술인력은 취업을 꺼려한다”면서 “이번 기회에 직접 고용확대 및 적정임금 지급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하청업체에 적정단가 지급 및 적극적인 지원으로 상생 성장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전국금속노조 현대삼호중공업지회는 12일 “회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3년 동안 임금 동결, 사원아파트 분양, 5주 순환휴직 시행, 연월차 의무사용, 각종 복지제도를 축소해 가며 노력해 왔으나 회사는 임금 동결, 단체협약 개악을 고수하고 있고, 인적분할에 따른 자산 8천억원 유출에 대한 보상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날 전 조합원이 4시간 동안 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이어 “인적분할로 유출되는 미포조선 주식 8천억은 회사가 조선 불황에 대비하자며 노동자에게 흑자를 분배하지 않고, 곳간에 채워둔 사내 유보금 중 일부이다”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의 일방적인 인적분할로 노동자는 8천억을 도둑질 당하는 것이고, 회사의 부채가 67%에서 103%로 늘어나 부실화되고 기업가치가 하락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룹의 인적분할은 정몽준·정기선 대주주에게 노동자의 땀으로 만든 이익이 돌아가는 그룹 3세 승계를 위한 조치이다”며 대주주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인적분할이 아니라 노동자에게 8천억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리고 8천억 자본유출에 대해 그룹의 자본 확충과 기업가치 하락에 따른 회사의 발전계획을 요구하고 회사가 계속해서 임금 동결, 단체협약 개악, 인적분할 보상외면, 고용안정 협약서 체결 거부하면 삼호지회는 추석이후 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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