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신기록의 골프여제 김세영
우승 순간마다 ‘기적’…역전의 여왕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미국 위스콘신주)에서 72홀 최소타 그리고 최다언더파(31언더파 257타) 우승 기록을 세운 김세영(25)은 ‘기적을 몰고 다니는 선수’라 할 정도로 기적 같은 일이 많이 일어났다.

2013년 9월 충남 태안에서 열린 한화금융클래식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중 가장 상금이 커 선수들이 우승을 탐내는 대회였다. 경기 막판까지 유소연의 대회 2연패 분위기였으나 이 흐름을 깬 주인공이 김세영이었다. 17번홀까지 3타 뒤져 있던 김세영은 이 홀에서 홀인원을 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연장 1차전에서 버디를 성공시켜 대역전극을 일으켰다. 우승상금 3억원과 함께 1억5천만원 상당의 고급 자동차까지 홀인원 상품으로 챙겼다.

이 뿐이 아니다. 김세영은 2014년까지 국내에서 활동하며 거둔 5승을 전부 역전으로 만들어 냈다. 그래서 김세영에겐 ‘역전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2013년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5타 차를 뒤집어 역전으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한 뒤 한화금융클래식과 KLPGA 챔피언십 그리고 2014년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과 MBN 여자오픈까지 모두 역전으로 우승에 성공했던 것이다.

2015년 미국 프로무대에 진출한 김세영의 ‘기적’은 계속됐다. 개막전 코츠골프 챔피언십에서 컷 탈락했다. 그날 밤 아버지 김정일 씨는 세영에게 “다음 대회에서도 성적이 안 좋으면 짐을 싸서 한국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아버지의 비장한 선포에 이를 악문 세영은 이어진 바하마 클래식에서 우승을 따냈다.

이후 4월에는 롯데챔피언십에서 기적이 두 번이나 일어났다. 마지막 날 4라운드 18번홀에서 박인비와 동타를 이뤘고 연장으로 승부를 내기 위해선 최소 파 이상을 기록해야 했다. 하지만 김세영에게 불운이 닥쳤다. 티샷한 공이 물에 빠진 것이다. 이때 박인비는 두 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에 올려 버디 기회를 잡았다. 김세영이 친 3타째 공은 그린에 올라가지 못했다.

그러나 기적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반드시 파를 잡아야 연장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에서 기적처럼 칩샷이 들어갔다. ‘파 세이브’에 성공한 것이다. 박인비의 버디 퍼트가 홀을 빗나갔고 파를 적어내 결국 연장에 돌입했다.

그런데 연장전에서 거짓말 같은 기적이 또 한 번 일어났다. 김세영은 140m를 남겨두고 8번 아이언을 잡았는데 절묘하게 맞은 두 번째 샷이 홀 앞에 떨어졌다가 그대로 홀에 빨려 들어갔다. 기적 같은 샷 이글이 터진 것이다. 박인비를 꺾고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페어웨이에서 치는 샷 이글은 홀인원의 확률과 비슷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프로골퍼들의 홀인원 확률은 약 3000분의1이라고 하는데 김세영은 우승을 놓고 다투는 연장 승부에서 그 확률을 뚫었다. 미국 골프닷컴은 김세영의 샷 이글과 칩인 파를 그해 베스트 샷 1위와 3위로 선정했다. 

김세영은 이날 우승으로 2개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2004년 카렌 스터플스(미국)의 역대 최소타(258타) 우승을 1타 경신했고, 2001년 안니카 소렌스탐이 작성한 최다언더파(27언더파)를 4타 경신했다.

김세영은 이번 우승상금 30만 달러를 추가해 LPGA 투어 통산 상금 500만 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프로무대 진출 4년차인 김세영은 총 519만1천525달러(약 58억원)를 벌어들여 LPGA 투어 사상 61번째 500만 달러 이상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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