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년 농사지어봤지만 이런 냉해는 처음”
무화과 90% 피해…올 수확 포기해야 할 판
대봉감도 산간 및 저지대 중심 큰 피해예상

영암군이 지난 달 중순부터 이상저온에 따른 과수피해 조사에 나선 가운데 무화과, 대봉감, 배 등 이른바 영암의 특산물이 예상보다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 생산량의 약 70% 정도를 차지하는 삼호 무화과의 경우 지난 2011년 최악의 상황을 맞은 이후 싹이 트지 않는 등 냉해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화과의 냉해는 올해 수확을 앞두고 있는 2~3년생을 비롯 간척지 등 논에 심은 무화과, 그리고 지주형 무화과에서 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로 무화과 나무가 죽어 싹이 트지 않거나 가지가 아닌 곳에서 싹이 나는 이상발아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등 수확량이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재배 농민들은 “한창 자랐어야 할 나무에 싹이 트지 않아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다”면서 “그동안 동해를 입었어도 이렇게까지 심하지 않았고, 절반 정도 수확을 했었는데 올해는 기대할 수도 없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다”고 한숨 지었다. 봄철 생육이 한해 농사를 좌우하는 무화과 나무가 모두 얼어 죽는 바람에 농민들은 수확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삼호읍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관내 무화과 재배면적 400㏊ 가운데 90% 가량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올해부터 무화과도 보험가입 대상에 포함됐으나 첫해라서 가입농가가 그리 많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영암의 특산물인 대봉감의 경우도 산간지대와 저지대를 중심으로 큰 피해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전체 800㏊ 가운데 500㏊ 가량이 냉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정면의 한 농가는 “40~50년 동안 대봉감 농사를 지어봤지만 이런 냉해는 처음 겪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했다. 대봉감은 지난 2008년 산림청 지리적표시 제17호로 등록돼 타 지역보다 일교차가 커서 빛깔과 당도가 뛰어나 소비자로부터 인기가 좋지만, 올해는 냉해로 농가들의 큰 타격이 예상된다. 금정농협에 가입한 농작물 재해보험은 전체 400여 농가 중 50% 수준 밖에 안돼 보상길도 막막한 실정이다.  

금정지역은 대봉감 재배면적이 800㏊로 전남지역 최대 주산지이나 지난해는 대풍으로 가격이 폭락해 큰 피해를 입었고 올해는 봄철 서리까지 겹쳐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인근 배 재배 농가도 4월 한파를 피할 수 없었다. 신북을 비롯한 시종, 덕진 등 배 과수원에도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배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가장 중요한 날인 배꽃 수분 시기에 난데없는 한파가 몰아친 것이다. 배꽃은 만개 시 영하 1.7도 이하 온도가 30분 이상 지속하면 암술머리 등에 저온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여 년 전 잠깐 내린 아침 서리로 수확량이 20%나 감소한 적은 있지만, 이처럼 수분 시기에 찾아 온 전면적인 냉해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460ha 규모의 영암 배 재배면적 중 신북은 60~70%, 시종, 덕진은 30~40% 가량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배 재해보험 가입률도 35% 수준에 그치고, 냉해 특약에 가입한 보험가입 농가는 더욱 적어 피해보상을 받을 길도 막막하다.

한편 영암군은 지난 겨울 혹한과 4월 7일~8일 양일간 이상저온 현상으로 무화과, 배 등 개화중인 과수에서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신속한 피해복구 지원대책 마련을 위해 농어업재해대책법과 농업재해 피해조사 보고요령에 따라 4월 16일부터 5월 9일까지 읍·면별 피해를 정밀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 5월 9일까지 냉해 피해 실태조사를 하기로 했지만 피해규모가 커 전남도에 25일까지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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