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면 출생 광주시인협회 홍보이사 지산문학 부회장 영암문학 회원

지난 3월 23일부터 3월 26일까지 3박4일 동안 영암신문 펜클럽회에서 주관한 일본속의 한국문화 탐방연수를 회원 30여명과 함께 다녀왔다. 방문지는 일본의 남단 큐슈(九州)지역의 후쿠오카(福岡), 태재부, 아마가세, 뱃부 등이었다. 우리 일행은 집결지인 영암 실내체육관에 도착하여 상호 반가운 인사를 교환한 후 전용차량에 승차하였다. 버스는 ‘월출산의 정기를 받아 우리는 일본을 간다.’라는 화려한 현수막을 나부끼며 부산을 향해 달렸으며, 현삼식 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문배근 대표이사의 인사말에 모두 박수로 화답했고, 유인물과 기념품이 개인별로 지급되었다.

3월 23일 첫째 날, 이윽고 부산항 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해 힘차면서도 조용하게 달리는 거대 여객선 카멜리아호에 몸을 실었다. 지정된 객실에 여장을 푼 뒤 레스토랑에서 정해진 식단으로 저녁식사를 하는데 일행들의 질서정연한 장면은 가히 모범적이었다. 감동의 바다, 낭만의 여행 그리고 사랑을 위한 시간... 어느 사이 부산항에 어둠이 깃들었고 카멜리아호는 서서히 미끄러지듯 조용하고 잔잔한 바다를 가르며 항진을 시작했다. 천연색으로 반짝이는 부산항의 모습은 이국의 정취를 느끼게 하였고, 영도의 새로운 항만대교를 지나올 때 웅장한 다리의 시설이 어둠속을 든든하게 지켜주었다. 또 밤하늘 비스듬히 따라오는 달님이 고향을 떠나온 나그네의 향수를 달래주었다.

카멜리아호의 안내실에서 친절히 안내를 맡고 있는 한국인 여직원의 우아한 한복 차림이 새 색시 마냥 예쁘고 고와서 친근감이 한결 더하였다. 부산항을 출발한지 2~3시간이 지났을까 망망대해를 힘차게 전진하는데 일행들은 정담을 즐기는가 하면 시원스럽게 코를 골면서 수면을 즐기는 일행도 있었다. 잠시 밖을 내다보니 어둠뿐이다. 얼마쯤 왔을까. 어둠 저편에 어선인 듯한 배의 전등불이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한다. 우리들의 풍성한 식탁을 위하여 밤낮없이 거친 파도와 싸우는 저분들의 고생이 장하게만 느껴진다.

3월 24일 둘째 날, 가볍게 잠이 들었는데 주위의 움직이는 소리에 깨워보니 후쿠오카항 인근에 도착하였다. 국제 여객선터미널 측 세관 및 관련 직원들의 출근시간 관계로 일정시간 정박했다가 하선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선진화된 나라에도 이런 상황이 있구나하는 의아심을 가지면서, 앞으로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한 방향으로 시정되었으면 하는 기대감을 가지면서 레스토랑에서 가벼운 아침식사를 마치고 하선하여 입국수속을 거치는데 9~10줄의 구불구불한 줄을 돌아가는 절차가 상당히 짜증스럽게 하였다. 자본주의의 선두주자라고 하는 일본, 기술의 나라 일본, 우거진 숲과 나즈막한 회색도시의 남부지역 큐슈, 우리나라와 온도 차이가 없기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눅눅한 하늘과 함께 관련 지역의 탐방지를 천천히 노크해 본다.

3월 26일 넷째 날, 역시 이른 새벽 온천욕으로 새롭게 하루를 시작한다. 바다 위로 찬란히 떠오르는 빠알간 일출을 객실에서 볼 수 있다는 것도 행운인가. 탐방을 마치는 날이 알차게 장식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과 현대가 잘 조화되어 있는 일본은 전국 어디를 가도 흥미진진한 것들이 산재해 있고, 특히 우리 문화의 영향을 진하게 받은 유물, 유적들에서는 우리와 비슷한 점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젠 연수의 마지막 장을 넘겨야할 시간이다. 비록 사색의 여유가 적은 여행이었지만 분명 일본은 모든 면에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 삶의 질을 생각하는 나라라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오늘날 우리들이 일본을 방문하고 우리나라 고대의 문물을 살펴보면 우리 조상들에 슬기에 대한 감명과 우리나라에서는 소멸되어진 문물이 일본으로 건너와서 크게 발전한 사실을 발견하고 감탄과 찬사, 그리고 뭔지 모르는 서운한 감마저 함께 느끼게 된다.

12시경 후쿠오카를 뒤로하고 하카타 항에서 우리를 반겨주는 카멜리아에 몸을 싣는다. 고국으로 가는 환희는 경미한 셀렘을 동반한다. 카멜리아는 미세한 움직임도 없이 하카타항을 출발하여 대장정의 길을 재촉하고 있는데 1시간 이상이 지났을 때 어느 일행은 왜 아직 출발하지 않느냐고 물어 본다. 너무나 조용한 항해라서 그런가 보다. 모두들 일본을 떠난다는 마음에 얼굴에서 아쉬움을 찾아볼 수 있었다. 마침 날씨는 너무나 쾌청하여 바람 한 점 없었고, 일본에 올 때와는 달리 주간에 달리는 카멜리아의 위용은 훨씬 거대하게 느껴졌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1,000여년 넘게 가까운 사이였고 문화나 역사가 한 뿌리에서 나왔음을 살펴보았다. 더구나 그 흐름은 사람과 문화가 일방적으로 한반도 뭍에서 일본 섬나라로 건너간 것을 우리는 제반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사실 옛 왜는 670년에 일본으로 탈바꿈할 때까지 가야, 신라, 백제, 고구려와 더불어 인종과 문화에서 거의 한가지였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뒤에 두 나라의 문화는 각기 다른 길을 밟아 친화해 왔고 다른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이렇듯 가까운 이웃인 한민족과 일본은 사람이나 그 문화가 한 뿌리라는 인식을 새롭게 함으로써 일그러지고 딱했던 악몽에서 벗어나야 더 밝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탐방 연수를 마치고 나니 우리의 고정관념인 사고와 인식의 변화를 커다란 수확으로 간직하게 되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진정한 의미의 가까운 나라로 여기기 위해서는 일본을 돌아보면서 그들의 삶과 문화, 전통을 직접 피부로 느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단순한 여행이 아닌 문화탐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참가했다는 놀라운 결과도 얻었다.

우리 일행 모두는 연수기간 중에 얻은 많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하여 제각기 맡은바 소임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할 것으로 기대하며, 이번 연수를 추진하여 주신 영암신문 펜클럽 현삼식 회장과 영암신문사 문배근 사장의 세심한 배려와 노고에 재삼 감사드리며 영암신문사의 무궁한 발전과 여러분의 건승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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