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면 몽해리 아천 生 연합뉴스뉴스통신진흥회이사 가나 문화콘텐츠그룹 부회장 전 성균관대 언론정보학원 초빙교수 전 KBS제주방송국 총국장

“사랑하는 나의 가족의 눈물겹고 뜨거운 정성으로 2주간의 투병 끝에 퇴원한다. 앞으로 외래진료로 바꾸어 그동안 고민했던 신장이식의 무서운 공포와 투석 같은 엄청난 고통에 벗어나 뛸 듯이 기쁘고 행복하다. 아내와 두 아들 며느리, 손자에게 엎드려 큰절을 하고 손자와 한바탕 춤이라도 추고 싶구나. 모두 고맙다.”

병원에서 퇴원 결정을 내린 후 필자가 가족들에게 보낸 핸드폰 문자내용이다. 작년 11월 독감으로 밤새도록 기침에 시달려 병원 응급실에 갔다. 폐렴 초기 증세라며 입원하지 않고 약으로 치료하자고 했다. 3주 이상 독한 항생제를 복용해 독감과 폐렴성 기침은 치료가 되었다.

그러나 부작용으로 손과 발, 심지어 얼굴까지 붓기 시작했다. 하반신에 깨알 같은 붉은 반점이 은하수처럼 솟았다. 더구나 소변에 혈뇨까지 나오자, 결국 응급실을 거쳐 장기간 입원하게 되었다. 담당의사는 독감 치료를 위한 항생제 과다복용으로 콩팥 기능이 위험한 상태까지 떨어져 치료가 안 되면 투석, 심하면 신장 이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크게 걱정을 했다. 이제 70의 나이를 갓 넘었다. 백세시대에서 70대 초반은 아직 팔팔한 청년이나 다름없다. 육체적 고통으로 남은 인생을 환자로 살아가야 할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했다.

허공을 바라보며 속으로 울고 있는 아내 앞에서 큰아들은 아버지가 콩팥이식을 하게 되면 자신의 콩팥을 기증하겠다고 다짐한다. 둘째 아들은 멍하니 나를 바라보며 어떤 희생도 형과 같이 하겠다고 한다. 며느리는 돈 봉투를 내밀며 치료비에 보태라고 한다. 초등학교 5학년 손자는 “할아버지 아프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철없이 울고 있다. 평소에 전혀 몰랐던 가족들의 사랑과 정성에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받았다.

30년 기자생활, 14년의 교수생활, 건강을 등한시하고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내 자신을 되돌아보며 한숨만 쉬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사랑하는 내 가족들 때문이라도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겠다고 이를 악물고 독한 결심을 했다. 덕택에 그 무서운 신장이식과 투석의 공포는 사라졌다. 이제 나머지 20년 이상은 늘 건강한 모습으로 새 인생을 출발해야겠다는 굳센 의지를 갖고 열심히 살고 있다.

병을 고치려다 약을 잘못 복용해 또 다른 병을 얻지 않기 위해서는 매일 먹는 약의 부작용을 의심해보고 점검해야 한다고 간절히 호소한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약물 오남용 국가로 뽑힌다. 우리나라의 한 연구에 따르면, 한 달 동안 매일 5개 이상의 약을 복용하는 65세 노인은 44%, 1년간 매일 5개 이상 복용하는 노인도 10%에 다다른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건강통계 2017’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의사진료 횟수는 16회로 OECD 평균 7회보다 2배 이상이다.

핀란드, 스웨덴, 멕시코는 3회 미만으로 OECD 평균보다 한참 낮다. 한국 사람들은 유난히 병원을 자주 찾아 불필요한 처방을 많이 받는다. 감기로 병원을 갔을 뿐인데도 4~5가지 약을 받기도 한다. 약을 여러 가지 먹으면 부작용으로 수명 단축도 될 수 있다고 한다. 병원도 약품코드, 약품명, 약품모양을 오인해 잘못된 처방을 내린 경우도 있다.

특히, 대학병원에는 2000종이 넘는 약품이 있는데, 여기에 연간 100품목 이상의 약품이 새로 들어와 의사의 처방과 환자 약품이 잘못 전달될 수도 있다고 한다. 약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간이나 신장에 부담을 줘 기능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게 한다고 한다. 따라서 약은 편리하고 고맙기도 하지만 그 대가가 너무 크다.

특히 필자가 이번에 항생제 과다복용으로 엄청난 건강의 위험을 받고 고생을 해서 느낀 바가 매우 크다. 전문 의사들은 감기에 걸리면 일방적으로 항생제를 처방한다고 한다. 몸에 나쁜 균이 들어가 있어 항생제를 복용하면 열이 내려간다는 것이 의사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항생제는 세균에 대한 효과는 있지만 바이러스가 원인인 독감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항생제는 장내 상재균(常在菌)까지 죽여 설사를 일으키기 쉽다고 한다. 건강을 크게 잃게 하는 약물 부작용 예방은 반드시 약을 먹기 전에 부작용을 검색해야 한다.

새로운 약을 처방받기 전에 현재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약을 의사에게 제시하거나, 약학정보원 홈페이지(www.health.kr)에서 의약품성분과 제조사를 검색하도록 한다. 또는, 식품안전처에서 운영하는 의학도서관(drug.mfds.go.kr)에서 약품정보와 안전한 사용정보를 얻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복용약물 부작용을 예방해 우리 소중한 건강을 지켜 천수를 누리는 삶을 살도록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