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모든 종교의 성지가 되고, 평화의 중심이 되었으면…

월출산은 기암괴석이 많아 오래전부터 제2의 금강산으로 불려왔다. 그래서 노래나 시(詩)로 읊어지기도 했다. 최근 월출산의 기암괴석 중 일부가 미국의 캐논 산맥에 있는 큰바위얼굴 보다 더 훌륭한 얼굴 모양의 바위라는 것이 사진작가 박철 씨에 의해 밝혀지고, 군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큰바위얼굴은 미국의 소설가 너새니얼 호손의 단편집 ‘큰바위얼굴’에서 유래하며, 1980년대까지 우리의 중학교 교과서에 나왔던 유명한 이야기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이야기다.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너새니얼 호손의 ‘큰바위얼굴’
어니스트는 마을에 있는 사람 얼굴 모양의 바위산을 보고 자랐다. 어머니로부터 들은 “언젠가 저 바위산과 닮은 얼굴의 위대한 인물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설을 굳게 믿고 어린 시절부터 청년, 장년, 그리고 노년에 이르기까지 평생을 살면서 큰바위얼굴과 꼭 닮은 인물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결과적으로 어니스트는 네 명을 만나게 된다.

첫 번째 인물은 개더골드(Gather Gold. ‘금을 긁어 모은다’는 뜻)라는 별명의 재력가였다. 영악하고 탐욕스러운 인상에다 구걸하는 거지에게 동전을 던져주는 모습을 보고 어니스트는 ‘스캐더 코퍼(Scatter Copper; 동전을 뿌리는 자)’라고 생각했다. 실망한 어니스트는 큰바위 얼굴을 바라보는데 그 얼굴이 “실망하지 마라, 그는 반드시 나타난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힘을 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개더골드는 망해서 초라하게 몰락했고 비참하게 죽었다.

두 번째 인물은 올드 블러드 앤드 선더(Old Blood And Thunder; 유혈 낭자한 노인)라는 유명한 장군이었다. 어니스트는 그에게서 강한 의지와 힘을 볼 수 있었지만, 자애로움과 지혜는 볼 수 없었다. 또 실망이었다.

세 번째 인물은 올드 스토니 피즈(Old Stony Phiz; 늙은 바위 얼굴)라는 성공한 정치가였다. 어니스트는 그가 큰바위 얼굴처럼 당당하고 힘찬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그에게서 큰바위얼굴의 ‘장엄함이나 위풍, 신과 같은 위대한 사랑’과 같은 표정보다는 권력과 명예욕에 찌든 인상이 가득함을 알고 또 다시 실망한다.

네 번째 인물은 시인이었다. 나이가 들어 노년기에 접어든 어니스트는 사람들을 깨우치는 설교가가 되었다. 이번에는 어느 시인의 시를 보고 감탄하며 큰바위 얼굴에게 “이 사람이야말로 당신을 닮은 것 아닌가요!”라고 외치는데, 얼굴은 미소를 짓는 것 같지만 대답을 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시인을 우연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던 어니스트는 그 시인이 바로 자신이 큰바위 얼굴과 닮은 사람일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임을 알게 되었으나, 얼굴이 큰바위와 전혀 달라서 실망한다. 하지만 시인은 그를 탓하지 않고 자신이 큰바위와 닮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해주며 둘은 친하게 지낸다.

한참 후 어니스트의 설교를 들으러 온 시인은 어니스트가 곧 큰바위얼굴과 닮은 인물임을 알게 된다. 놀란 시인이 사람들에게 “보시오! 어니스트 씨야말로 저 바위 얼굴이랑 비슷하지 않은가요!”라고 외치고, 사람들은 비로소 큰바위얼굴을 닮은 사람이 나타났음을 알고 환호성을 지른다. 하지만 어니스트 본인은 자신보다 더욱 훌륭한 인물이 큰바위얼굴을 닮은 인물일 것이라고 믿는다. 또 그런 사람이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며 차분하게 설교를 끝낸다.

너새니얼 호손은 이 소설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어두운 내면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현세에 그런 인물이나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기도하는 심정으로 소설을 집필했을 것이다. 지도자가 좋은 생각을 하면 본인이 바로 그런 사람이 된다는 뜻일까? 선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지도자, 국민과 평화와 배려를 생각하는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기도하면 그런 인품의 지도자가 나타난다는 뜻일 것이다.

큰바위얼굴이 미국의 러시모어 산에 있는 미국 대통령 조각상의 별칭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이것은 큰바위얼굴 소설이 나온 지 한참 후인 1927년 착공해 1941년 완공된 조각상이므로 소설의 모티브는 아니다. 오히려 미국 대통령의 조각상이 이 소설에서 착안했다고 할 수 있다.
큰바위얼굴의 이야기는 아메리카 원주민들 때부터 조상대대로 전해지던 전설로, 바람이 알려주고 자연이 알려줬던 이야기라는 설도 있다.

호손이 직접적인 모델로 삼은 얼굴 모양의 바위산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선 여러 장소가 후보로 올라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곳은 버몬트 주와 뉴햄프셔 주의 경계에 위치한 캐논 산맥의 정상 부근에 있는 The old man view이다. 이 바위 얼굴상은 미국에서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으나 아쉽게도 2003년 5월에 풍화작용으로 무너져 없어졌다.

킹 목사-큰바위얼굴 후보 1위
미국의 한 대학에서 지금 큰바위얼굴을 러시모어 산에 새로 새긴다면 누구의 얼굴을 추천할 것인가를 7천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다. 설문조사 이유는 미국 대학생들이 20세기 인물 중 누구를 존경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평생 흑인 인권운동을 한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첫손에 꼽혔고, 뉴딜정책으로 미국 경제를 공황에서 구한 루스벨트 대통령이 뒤를 이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가장 많은 지지표를 얻은 것은 미국 대학생들의 가치관이 인간의 평등 이념을 지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격랑을 헤쳐온 역사 때문인지 정치나 국가안보를 위해 큰바위얼굴 같은 지도자가 출현하기를 갈구하는 심정으로 여기 저기서 큰바위얼굴을 찾거나 설립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

부여 백마강변에는 왕인·계백장군·세종대왕 등 큰바위얼굴 조각상 건립 움직임이 있다. 서울의 불암산 큰바위얼굴은 근대 민족사와 독립운동가 중심의 큰바위얼굴 등이 검토되거나 추진되었던 것으로 듣고 있다. 또 목포의 유달산에 있는 노적봉, 철원의 고석정도 큰바위얼굴을 닮았다고 그 지역 주민들은 보고 있다.

학산면 광암마을 生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 전 농민신문사 사장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공동대표

월출산 큰바위얼굴
영암 월출산의 큰바위얼굴은 길이가 103m이고 한 봉우리 전체가 계절에 따라 달리보이는 장대한 위엄이 있는 바위산이다. 어느 곳의 큰바위얼굴 보다 비교할 수 없는 장엄함이 느껴진다.
영암 월출산의 큰바위얼굴 사진(박철 작)을 보고 필자가 유화 그림을 그려서 전시회를 한 적이 있다. 많은 분들이 큰바위얼굴 그림을 보고 다양한 소감을 표현했다. 단군 상이다, 공자님이다, 부처님이다, 예수님이다, 마호메트다, 큰바위얼굴이다 등 다양하게 표현하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사진작가 박철씨는 단군상이라는 영감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단군사상은 바로 천지인(天地人)의 사상이며 흔히 홍익인간(弘益人間)으로 표현한다. 자연과 인간세계를 널리 이롭게 한다는 뜻이다.

신토불이(身土不二) 역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한민족은 자연과 인간 중심의 사상을 갖고 있었다. 우리의 한글 문자는 어떤가? 한글은 (天) ㅡ(地) ㅣ(人)의 모음과 오행에 바탕을 둔 자음들로 이루어졌다. 이는 민족의 경전인 천부경에 기본을 두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글 문자도 신토불이 정신을 품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한민족은 태생적으로 신토불이 정신을 갖고 태어나고 조상대대로 살아왔다. 이보다 더 중요한 사상은 없다. 유엔이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 )도 신토불이 실천으로 가능하다고 본다.

세계 1·2차 전쟁은 자원전쟁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곳곳에서 종교적인 분쟁이 자주 일어난다. 앞으로 종교전쟁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듣는다. 영암의 큰바위얼굴은 지구상 모든 종교인을 품어줄 수도 있다. 큰바위얼굴을 품은 영암 월출산이 세계 모든 종교의 성지가 되고 평화의 중심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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