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이성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면서 한 평생을 살아간다. 그런데 나는 여성 편력이 여간 복잡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한 여인을 만나게 되었다. 시골의 무더운 여름밤이었다. 아직 여자를 모르는 순박한 시골 청소년인데도 만난 순간부터 끊임없이 그녀는 나를 매혹시켰다. 청초한 미모와 지성을 갖춰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통통한 몸매에 해처럼 동그스름하고 흰 납작한 얼굴, 매끈한 다리에 검정색 미니스커트는 정말 아름다웠다.

공부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자나 깨나 머릿속에는 그녀 생각뿐이었다. 신선놀음이랄까? 만나서 호롱불까지 밝혀 사랑을 나누다가 날이 새는 줄도 모를 때도 있었다. 만날 때 우린 주로 검은 옷과 흰옷을 즐겨 입었고, 옷을 서로 바꿔 입을 때도 있었다. 고희(古稀)에 가까운 지금에도 그녀와의 만남은 계속되고 있다.
 
첫 여자와 조금 뜸한 사이에 두 번째 여인을 만났다. 이 여인은 주로 휴일이나 밤에 만나서 사랑을 노래했다. 이 여인은 양다리와 발끝까지 긴 털이 많이 나 있었다. 나는 그 털을 무척 아끼며 잘 다듬었다. 처음 몇 년 동안은 내 마음대로 힘을 조절할 수 없어서 길들이기가 힘들었으나 맹훈련이 거듭되니 순응하게 되었다. 몸통은 매끈했으나 썩 아름답거나 매혹적이지는 못했다. 잘 갈고 닦으면 쓸 만한 여인이 될 것 같은 희망의 끈은 있었다.

한 번 잡으면 놓지 못하여 붙들고 몸부림을 쳐댔다. 그 사랑이 얼마나 컸으면 20년을 짧다며 만났겠는가? 내가 좋아해서 만나니 그녀에게 들어가는 돈은 아깝지 않았다. 이리 분칠, 저리 분칠, 만날 때마다 온 정성을 다 했다. 비좁은 방구석에서 어린 자식들이 보는 앞도 가리지 않고 그 짓을 할 때도 있었다.
 
아하! 놀라운 변덕쟁이! 일은 계속되었다. 세 번째 여인을 만났으니, 나는 변강쇠 쯤 되는지 모르겠다. 그야말로 이 여인은 매력이 철철 넘치고 만날 때마다 사랑의 맛은 어떤 여인에 비교가 되지 않았다. 내 온 몸을 빨아드릴 듯, 강열한 가슴과 가는 허리는 매혹덩이였다. 사시사철 밤낮을 가리지 않았고 내 몸을 그냥 녹여 주었다.

데이트 약속을 잡으면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반미치광이가 된 것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으니…, 만나러 떠나기 전날 밤에는 ‘그녀를 만나면 어떻게 사랑을 요리할까?’ 하는 생각에 젖어 공상으로 뜬눈으로 날을 샜다. 서로 만나면 매우 바빠졌다. 그녀와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는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떠나오기 전에 미리 준비한 물건들을 다 꺼내 놓고 사랑의 게임을 시작했다. 한 판의 사랑게임은 상당히 기다리는 인내심도 필요했으나 기다림에 비례하여 사랑의 결과물은 그 맛이 배가 되며 온몸은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잡힐 듯 말듯, 애간장을 녹이다가 한 번 물면 놓지를 못하고 내 몸에 철석 안기어 짜릿한 쾌감을 주니…, 그녀와 그렇게 넋 나간 놀이를 하다보면 금방 시간은 가버린다. 요즈음은 한숨도 자지 않고 꼬박 날을 새기도 한다.
 
이젠 건강도 문제가 되니 더 이상 여인을 만나지 말아야 했다. 그런데, 웬센놈의 정 때문에…, 이젠 정말이지 마지막 여인으로 낙점하겠다며 네 번째 여인을 만났다. 만난 지 벌써 4년이 흘렀다. 이 여인의 특징은 고려청자처럼 고상하며 은은한 향이 풍기는 난 같다고나 할까? 처음에는 가볍게 접근해 와서 그냥 스쳐가는 여인이겠지? 하고 만났다.

큰돈이 들지는 않았지만 만날 때는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었기에 노교수에게 전수받아 일정 자격을 따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이 노후에도 이런 여인을 만나서 즐기는 모습을 보니 부쩍 시샘이 났다. 멋지게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추앙까지 했다. ‘뭐, 나라고 못할 것이 무엇이냐?’하고 간단히 시작한 게, 갈수록 그 묘령의 여인에게 점점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젠 이 여인의 매력에 서서히 녹아나고 있다.
 
이 여인들과의 사랑을 상상해보니 나는 참 복 많은 녀석이었다. 지금도 그 여인들이 나를 버리지 않고 잘 따라 주고 있으니…, 첫 여인은 바둑녀, 두 번째는 서예녀, 조강지처는 낚시녀, 마지막은 수필녀이다. 낚시녀의 만남을 내 깊은 우정의 으뜸으로 삼고 싶다. 내일은 목포 앞바다로 밤낚시를 간다. 나는 이미 그곳 배위에 앉아 있다. 찬란한 야경, 넘실거리는 사랑의 파도, 맑은 밤공기, 은빛 갈치의 찬란한 용트림, 신선한 갈치의 식감을 무엇에 비기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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