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낭주중 26회 전 평통 자문위원 현 영암 문화원 이사 현 삼호 새마을금고 감사

조선업 부진 등 지역의 경기가 침체되고, 직장을 잃은 사람들, 장사가 안된다고  하소연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을 위한 다양한 금융지원책이 나오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예전의 삶을 되찾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제대로 된 재기의 발판 마련을 위해서는 지역의 목소리를 내는 금융이 살아있어야 한다. 지역 사회공헌에 동참하고 이웃과 같은 지역금융이 살아나야 한다는 의미다. 금융이 지역주민에 인색하고 이웃인 지역주민을 외면하면 금융 소비자는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다. 지역금융의 모세혈관인 풀뿌리 금융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그러면 지역금융이란 무엇일까? 지역금융시장은 시장 참가자들의 활동범위, 금융서비스와 관련된 정보의 수집 범위가 상당부분 지역 내에 한정되어 있는 시장을 말한다. 특정지역의 금융서비스의 공급주체는 지역금융기관과 전국금융기관의 지점 등이다. 지역금융기관은 일정지역을 주 근거로 영업활동을 하는 금융기관으로 지방은행 및 서민금융기관 등을 포함한다. 지역농협, 새마을금고, 신협 등이 포함된다.

지방은행도 있지만 면단위까지 영업활동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전국금융기관은 전국을 단위로 영업활동을 하며, 시중은행, 외국은행,  투자기관, 생명보험 등을 포함한다. 지역금융의 수요주체는 자연히 지역의 영농인, 자영업자 및 가계 등이다. 지역소재기업이나 자영업자라도 규모가 큰 경우는 전국금융기관에서 자금조달을 하는 경우도 많다.

당연히 지역금융은 지역민들과 회원의 거래로 수익을 내고 그 수익을 다시 지역과 회원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당연한 임무다. 우리지역인 영암도 지역농협, 새마을금고, 신협 등의 지역금융사가 열심히 활동 중이다. 지역금융사는 지역에서 시작해 성장하기 때문에 사회공헌 활동에 소홀할 수 없다. 지역민들이 키우지 않으면 커갈 수 없다는 태생적 특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새마을금고다.

새마을금고는 계·두레·향약 등 우리 고유의 자율적 상부상조 전통을 계승해 1960년대 초 경남의 작은 마을에서 태동했고, 70년대와 80년대 새마을운동의 금융기반 역할을 하며 함께 발전해, 현재 자산 124조원, 회원 923만명을 가진 우리나라 대표 지역기반 금융협동조합으로 성장했다. 설립당시 보릿고개로 상징되던 가난을 극복하고 고질적인 고리채를 타파하고자 절약·절미(節米)를 통한 저축증대운동과 지역개발사업을 전개해 빈곤퇴치와 주민 의식개혁에 큰 역할을 수행했다. 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 없이 어려움을 극복한 자랑스러운 금융역사도 가지고 있다.

몇 년 전 거대금융에 반기를 들었던 미국의 금융 중심지인 월가의 시위는 거대금융의 약점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줬다. 사회공헌의 부족이었다. 자기 이기주의에 빠져 금융소비자를 외면하고, 사회공헌에 인색하면 금융소비자는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을 월가의 시위는 보여주었다.

그해 월가를 점령했던 시위대는 시위 당월 5일을 금융권 탐욕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은행계좌 옮기는 날’(Bank Transfer Day)로 정해 실행에 옮겼다. 시위대는 대형은행에 틀어놨던 자신들의 계좌를 지역은행이나 주정부 및 지역공동체가 운영하는 신용협동조합 등으로 옮겼다. 파장은 대단했다. 금융 소비자의 힘은 대형은행을 무력화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금융의 모세혈관인 풀뿌리 금융 활성화는 지역의 생사와 궤를 같이하기에 지역금융사들은 지역민과의 호흡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지역경제도 마찬가지다. 지역경제 살리기는 ‘지역순환’에서 나온다. 시장에 들러 시장 상품을 구매하고 지역기업 제품을 찾으면 지역경제가 살 수 있다. 지역에서 판로를 개척한 생산자는 지역의 종업원에서 급여를 주고 잉여금으로 재투자하거나 금고에 예치해 놓는다. 종업원도 급여로 지역에서 소비하며 미래를 위해 잔금을 쌓아놓는다. 결국 지역경제 활성화의 귀착점은 금융이다. 지역금고에 자금을 옮겨놓을 경우 지역에서 재순환되지만 중앙집중 방식인 시중은행에 자금이 쏠릴 경우 종속구조는 반복될 수도 있다.

우리의 지역금융, 우리 주민이 먼저 아끼고 챙겨주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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