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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의 밥그릇

기사승인 2017.09.25  10: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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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읍 송평리生/법무사/전남인터넷신문 회장

요즈음 가계부채가 너무도 늘어나 이자부담으로 서민들의 생활고가 빠듯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아파트 1채가 한 해에 수천, 수억씩 오르던 호황기가 지나가고 부동산 시장이 경직되면서 그 과실의 허드레로 위태 위태하게 넘어가던 서민들의 줄타기가 날로 피폐해가고 있다.

전반적인 나라 경기는 서서히 회복세를 타고 있다고는 하나 대기업과 일부 가진 자의 형편만 나아질 뿐 서민들에게는 이와 반대로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때 문득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

조선시대 말경에 양반의 신분뿐만 아니라 공직도 사고파는 혼란한 시기에 있어 양반이 거의 칠할 이상 되었다고 하는데, 돈으로 사고 판 신분과 공직으로 토지와 노비를 늘리려는 가혹 행위가 수없이 자행 되었을 것이고, 견디다 못한 노비들이 도망을 가면 이를 체포하는 직업인 추노가 생겼을 것이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으로 태어나 한쪽은 지배계급이고 다른 쪽은 무조건 통치를 받는 계급이라면 틀림없는 중세의 봉건시대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주로 목적지가 왕궁이나 사원인데 하나같이 극소수의 사람들을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을 흘린 비록 화려할지라도 착취의 역사를 대변하는 역겨운 피조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비단 유럽에 국한된 일만은 아닐 것이지만 제왕과 그의 가족들은 말이나 마차를 타고 끝없이 달려가거나, 까마득하게 보이는 곳까지 자신의 울타리를 막고 수영장을 비롯한 온갖 호사스런 시설들을 해 놓고 극소수만이 이를 향유하였다. 

그러나 이처럼 어두웠던 시절에도 노비의 밥그릇을 한사코 큰 것으로 하는 것도 모자라 고봉으로 산처럼 쌓아 먹이고, 방에는 뜨끈뜨끈하게 불을 피워 하루에 쌓인 피로를 말끔하게 풀도록 배려를 하였던 현명한 지주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흉년에 자신의 담을 넘어 쌀가마를 훔쳐가는 도둑에게 힘을 보태는 선비도 있었으며, 대들보 위에 숨어있는 도둑에게 양상군자라고 존칭을 하신 선비들도 있었다고 들었다. 양반의 손끝하나 쓰이지 않고 실질적인 농사는 노비들의 손에 의해서만 지어 내던 시절에, 노비가 건강하고 튼튼해야 농사가 잘 될 뿐만 아니라 여타 생산적인 사업에도 이롭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다. 같은 인간인 노비들을 향한 아낌없는 사랑의 표현이었을 지라도 결과는 다름이 없었을 것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공사현장에서도 인부들에게 강장제로 마늘과 양파를 의무적으로 먹였다는 사실 또한 생각해 볼 부분이 많다. 중세의 봉건 영주에 대항하여 시민들이 불합리한 계급의 타파를 주장하며 프랑스 대혁명을 거쳐 쟁취한 자유, 평등, 정의는 이제 또다시 재물의 덫에 걸려 대다수 서민들은 일부 축재자들의 노비로 전락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요즈음 대기업에서는 상상을 초월한 이익금을 쌓아 놓고서도, 재투자를 하거나 일자리를 늘리는 일을 도외시하고 개발도상에 있어 생산자금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편의적으로 창출하였던 어음을, 허덕이는 중소기업을 향해 남발하고 있는데 이는 주객이 전도된 희극일 뿐이다. 오히려 국가나 대기업에서 그 신용을 보증하고 중소기업과 대다수 서민들의 생활고를 줄여주고 구매력을 키워줄 수 있는 구제금융 어음을 발행해야 할 때인 것으로 판단이 된다.

어떠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나 근간인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하고, 나아가 개개의 가정이 견실하여야 바람직한 사회가 될 것임에도, 눈앞에 보이는 서민들의 밥그릇을 줄여 극소수의 부를 축적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대기업에서 만들어내는 품질 좋은 상품들이 일부 축재자의 탐욕에 의하여 적절한 재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동안, 정작 소비자가 몰락한 세상이 온다면 대기업 또한 생존할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뒤늦게 배곯아 쓰러진 썰매 위에서 채찍을 휘두르거나, 모래위에 기둥을 세우고 못질만 튼튼히 하면서 소비자가 몰락한 경제구조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것은 노비가 병들어버린 들판에 풍년이 오기를 기다리는 우매한 지주와 다를 바 없고, 가마꾼 없는 가마가 산골짝을 잘 달려 주기만을 바라는 것과 같다.

미국의 일부 억만장자들이 자신들의 재산 중 반을 사회에 환원할 것을 다짐하고, 전 세계로 확산시키기 위하여 중국을 방문하였다는 기사를 접하였는데, 이는 결국 인류를 위하는 일이고 나아가 자신들을 위하는 결단인 것이다. 당연히 우리나라에 있어야 할 덕목을 다른 나라 사람에게 도용당한 느낌이다. 농자는 천하의 근본이라는 사상은 서민이 국가의 기본이라는 지금의 경제상황과 일맥상통할 것이다.

사고의 발상을 역으로 전환하여 남을 사랑하고 걱정하고 베푸는 것은 결국 나를 위한 길임을 이해하고,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노비의 밥그릇을 배려할 줄 알았던 선조들의 지혜로,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풍조가 만연하여 살기 좋은 몽유도원도가 실제로 우리 앞에 펼쳐지는 꿈같은 꿈을 꾸는 것이 부질없는 꿈이 아니기를 간절히 기원해 보기도 한다.

박영동 @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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